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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츠만의 원자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만약 현대 물리학에 일대 혁명이 일어난다면 과연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자론이나 상대성 이론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196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20세기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오스트리의 루드비히 볼츠만이 가장 완벽하게 정립했던 ‘원자 가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원자 가설은 비운의 천재 과학자 볼츠만의 이야기와 함께 과학의 역사에서 잊혀져 버렸다. 이론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 전문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데이비드 린들리의『볼츠만의 원자』는 바로 그런 잊혀진 역사 속의 이야기를 파헤친 역작이다. 세상의 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오래된 의문 중의 하나였다. 데모크리토스를 비롯한 서양의 고대 과학자들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구성 단위로 '원자'의 존재를 주장했고,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설을 주장했다. 그런 주장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기까지는 2천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18세기에 이르러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이 화학 반응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근대적 의미의 '원자론'을 제창하였지만, 원자의 크기와 종류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원자의 존재를 명백하게 밝혀낸 것이 바로 볼츠만이었다. 영국의 맥스웰이 기체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서 제안했던 '기체 운동론'에 관심을 가졌던 볼츠만은 미시적 크기의 원자가 존재해야만 기체의 물리적 성질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천재적인 직관으로 알아냈다. 그래서 그는 당시 물리학계의 전통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확률론적인 해석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기체의 성질은 물론이고 원자의 존재를 명백하게 밝혀낼 수 있었다. 결국 그의 업적은 자연에서 관찰되는 모든 자발적 변화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H-이론으로 이어졌고, 깁스에 의해 완성된 '통계 열역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볼츠만이 도입한 확률론적인 접근 방법은 양자론을 개발한 막스 플랑크와 상대성 이론을 개발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현대 물리학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생은 순탄하지 못했다. 소심한 성격의 볼츠만은 당시 확률론적 해석을 부정하고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에너지론에 빠져있던 독일의 물리학자들과,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에 젖어있던 철학자들과의 투쟁에 상당한 에너지를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철학적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S = k log W'라는 식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알려졌던 비운의 천재 물리학자 루드비히 볼츠만의 일생을 통해서 과학적 지식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정립된 과학적 지식은 누구나 이해할 수는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자연이 복잡하기 때문이지 과학자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현대 과학이 어려운 것은 자연이 그렇게 복잡하기 때문일 뿐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과학적 내용이 과학적 상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것은 원자의 존재와 자연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변화를 이해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사실을 뜻할 뿐이다. 볼츠만의 일생을 소개하는『볼츠만의 원자』는 현대 과학 전체의 흐름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원자론의 제기로 시작되는 현대 물리학은 이제 양자론과 상대성 이론을 넘어서서 원자핵의 구조를 밝혀내려는 소립자 이론과 비평형 상태의 설명에 도전하려는 복잡계의 과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역시 현대 물리학의 가장 중심에 서있는 평형 열역학을 기준으로 초끈 이론까지 뻗어나간 현대 물리학의 전체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볼츠만의 원자』는 근래에 보기 어려운 완벽성을 갖춘 과학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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