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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다윈과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이다. 『종의 기원』 각 판본을 두루 섭렵했을 뿐 아니라, 그의 다른 저서들까지 읽고 이러저러하다는 평을 내리고 있으니까. 저자인 데이비드 쾀멘은 이미 여러 과학 저서들을 통해 해박한 지식과 핵심 맥락을 짚는 능력을 보여 준 바 있다. 이 책에서도 그는 예외 없이 통찰력을 보여 준다. 그는 다윈 전기이기도 한 이 책에서 다윈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고 할 비글호 항해 기간을 뺀다. 그는 다윈이 귀국한 뒤부터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적 여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항해의 성과를 정리하면서 생각을 구체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간 시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부터 이 책은 다윈을 다룬 다른 책들과 다르다. 비글호 항해 시기와 그 이전 시기를 뺌으로써 남는 지면을 다윈의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고, 다윈이 가족과 어떻게 지냈고, 생활을 어떻게 했고, 어떤 연구를 했는지를 상세히 다루는 데 할애한다. 그럼으로써 다른 책들에서는 지나가듯이 다윈이 곁다리로 8년 동안 따개비를 연구했다는 식으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사항들을 다윈 사상의 전체 맥락에서 살펴 볼 여유를 얻는다. 길지 않은 지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셈이기도 하다. 쾀멘은 다윈의 공책들과 서신들을 꼼꼼히 읽으면서 다윈의 사상이 발전한 흐름을 짚어 낸다. 『종의 기원』이 그저 머릿속에 맴돌다가 앨프리드 윌리스의 논문을 보고서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 아니라 이미 20년 전에 써 둔 개요가 있었다는 것도, 다윈이 그 두꺼운 책을 원래 계획한 더 큰 책의 요약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알려 준다. 그리고 다윈이 꼼꼼한 완벽주의자였기에 뒷받침할 자료를 계속 찾느라 진척이 느렸다는 것도 말해 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500쪽이 넘는 두꺼운 평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한 사람의 지적 여정을 짧은 책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윈을 이해하려면 『종의 기원』초판을 읽으라고 권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이 더 따분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옮긴이 이한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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