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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과학사를 빛낸 위대한 논문들과 견주어 『시데레우스 눈치우스Sidereus Nuncius』를 평할 수는 없다. 이 책은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의 『알마게스트Almagest』만큼 오랜 영향력을 갖지 못했고,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만큼 거시적인 종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이 책은 갈릴레오의 후기 저술인 『대화』나 『새로운 과학』과 견줄 수도 없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는 발표용 논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간결한 문장과 차분한 언어로 당시 지식인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속삭인다. 우주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르며, 우주를 연구하는 방법도 이제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이런 유형의 책은 일찍이 나온 적이 없었다. 갈릴레오가 날카로운 통찰력과 뛰어난 지성을 지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은 지성의 산물이 아니라 실험도구의 산물이다! 망원경이라는 도구로 인해, 태초이래 감춰져온 천체 현상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새로운 도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누구나 그것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먼저 천문학이 탈바꿈했고, 이어서 다른 과학 분야도 탈바꿈을 했다. 천문학은 이제 배운자만이 독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도구 제작자들, 혹은 재능은 없어도 좋은 도구를 살 능력은 있는 부자들, 아니면 상당한 인내력과 손재주가 있는 독학자들도 이제 천문학자로 이름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우주관을 논할 때 사용하는 용어까지 탈바꿈한 것도 갈릴레오의 발견 때문이었다. 그의 발견이 코페르니쿠스의 우주관(지동설)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가 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고대 우주관─전통적인 자연철학 체계의 기초를 이룬 우주관─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만큼은 결정적으로 밝혀냈다. 그리하여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와 더불어 우리는 근대로 접어든 셈이다. 과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저술이라 해도 대부분 세월이 흐르면 빛이 바래게 된다. 그러나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는 아직까지도 발표 당시의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다. 우리는 당시 독자들을 사로잡은 흥분을 지금도 역력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희귀한 과학저술 가운데 하나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책은 학생과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교사와 전문가에게도 여전히 흥미롭고 의미가 깊은 책이다. 라틴어로 씌어진 이 책이 오늘날까지 여러 나라 말로 계속 번역 출판되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최초의 영역본을 낸 사람은 에드워드 스타포드 칼로스Edward Stafford Carlos이다. 이 영역본은 1880년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별의 메신저’와 케플러의 ‘굴절광학’ 머리말 발췌The Sidereal Messenger of Galileo Galilei and a Part of the Preface to Kepler's Dioptric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동안 표준 영역본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1960년에 재판된 이 책을 지금은 구하기 어렵고, 요즘의 학생들이 읽기에 그 시대의 문체는 지루하며, 이해하는 데도 무리가 있다. 그후 스틸먼 드레이크Stillman Drake가 번역한 『갈릴레오의 발견과 견해Discoveries and Opinions of Galileo(1957)』가 30년 동안 표준 영역본으로 자리잡았지만, 이것은 완역이 아니다. 드레이크는 훗날 이것을 완역해서 『망원경, 조수간만, 책략Telescopes, Tides, Tactics(1983)』이라는 책의 한 꼭지 글로 끼워 넣었다. 그러나 이상의 두 가지 번역본은 아쉽게도 요즘 학생들이 갈릴레오의 천문학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각주나, 그의 책과 관련된 참고문헌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새로 번역을 하면서 나는 칼로스와 드레이크의 번역본은 물론이고, 말테 호센펠더Malte Hossenfelder의 독일어 번역본, 마리아 팀파나로 카르디니Maria Timpanaro Cardini의 이탈리아어 번역본을 함께 참조했다. 내 번역은 1610년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라틴어판을 텍스트로 삼았다. 이 텍스트는 원본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전집Le Opere di Galileo Galilei』 3권과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두 텍스트의 내용이 다른 경우에는 원본을 따랐다. 나는 올바른 번역만이 아니라, 요즘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책 제목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 것인가였다. 그래서 나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를 ‘별들의 메신저’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라틴어 ‘눈치우스Nuncius’는 영어로 ‘메신저Messenger-소식 전달자’뿐만 아니라 ‘메시지Message-소식’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갈릴레오가 이 책을 출간하려고 할 무렵의 편지를 보면 이 책을 ‘아비소 아스트로노미코Avviso Astronomico’, 곧 ‘천문학 소식Astronomical Message’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갈릴레오의 당초 의도는 ‘소식’이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0인 위원회Council of Ten에 보낸 1610년 2월 26일자 출판 허가 요청서에는 이 책이 ‘아스트로노미카 데눈티아티오 아드 아스트롤로고스Astronomica Denuntiatio ad Astrologos’, 곧 ‘연구자들을 위한 천문학 발표’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인쇄에 들어갈 무렵에는 이 책이 ‘아스트로노미쿠스 눈치우스Astronomicus Nuncius’로 소개되었다. 그러다가 정작 인쇄에 들어갔을 때 또 다시 마음을 바꾼 갈릴레오는 모호하게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갈릴레오의 동시대 인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1571〜1630)는 그의 책, 『별의 메신저와의 대화Dissertatio cum Nuncio Sidereo』에서 ‘눈치우스’라는 낱말을 ‘메신저’로 번역했다. 그 이후 1681년에 출판된 최초의 프랑스어 번역본은 케플러의 번역을 따랐다. 신시내티 천문대의 설립자인 옴스비 맥나이트 미첼Ormsby MacKnight Mitchel은 1846년부터 1848년까지 일반인을 위한 천문학 월간지 《별의 메신저》8를 펴냈다. 40년 후 미네소타 주 노스필드에 있는 칼턴 대학 천문대장인 W. W. 페인Payne은 같은 이름의 학술지를 펴냈다. 그 후 이 학술지는 조지 엘러리 헤일George Ellery Hale의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9로 이름이 바뀌었다. 비슷한 시기에 에드워드 스타포드 칼로스가 처음으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영역본을 런던에서 출간했는데, 칼로스 역시 이 책의 제목을 ‘별의 메신저’로 번역했다. 1950년에 에드워드 로즌은 이 ‘오류’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갈릴레오 자신이 1626년에 ‘메신저’라는 번역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갈릴레오의 당초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 것도 바로 로즌의 이 논문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다. 영어권에서 과학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모두가 스틸먼 드레이크의 번역을 받아들였다. 『갈릴레오의 발견과 견해』라는 드레이크의 책에 포함된 번역을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드레이크는 갈릴레오가 원래 ‘눈치우스’라는 단어를 ‘소식’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책의 본문 첫 페이지에서 ‘Astronomicus Nuncius’를 ‘천문학 소식’이라고 번역했다. 그러면서 책 제목은 이제까지의 관행에 따라 ‘별의 메신저’로 번역한 것이다. 로즌이 그것을 비판한 것에 대해, 드레이크는 책 제목을 다소 장황하게 해명했다. 1610년 당시 여느 사람들만이 아니라 갈릴레오의 제자들도 ‘메신저’라는 번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갈릴레오 자신도 10년 이상 이 번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다보니 ‘눈치우스’의 의미가 ‘메신저’로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갈릴레오 본인이 바로 이 ‘오류’ 뿌리내리도록 허락한 셈이다. 어쩌면 갈릴레오는 그게 더 낫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책의 내용이 ‘소식’을 담고 있으니, 책 자체는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라고 하는 게 제격이 아니냐고 드레이크는 주장했다. 나는 드레이크의 의견에 동의한다. 1610년 초의 편지를 보면 갈릴레오의 당초 의도가 ‘소식’이었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메신저’라는 번역 역시 관행으로 인정을 받았다. 갈릴레오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관행을 인정했다. 나는 영어권에서의 관행에 따라 이 책 또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라는 제목 아래 ‘별의 메신저’라는 부제를 달았고, 드레이크를 본받아 본문의 머릿글인 ‘아스트로노미쿠스 눈치우스Astronomicus Nuncius’는 ‘천문학 소식’으로 번역했다. 나는 이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동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헬렌 이커Helen Eaker는 초벌 번역을 읽고 많은 오류를 바로잡아 주었다. 스틸먼 드레이크, 오웬 깅리치Owen Gingerich, 노얼 스워들로Noel Swerdlow는 전체 원고를 읽고 다채로운 의견을 제시해주었다. 로버트 오델Robert O'Dell은 몇 가지 천문학 문제를 도와주었고, 조지 트레일George Trail은 내 문장을 가다듬고 고치는 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갈릴레오의 도표 가운데 일부를 다시 그리는 일은 필립 새들러Philip Sadler의 도움을 받았다. 번역에 사용된 본래의 삽화와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의 초판 표지는 웰슬리 대학 소장본에서 발췌하여 사용했다. 사용을 허락해준 웰슬리 대학 측과, 그 과정에서 도와준 캐서린 박Katherine Park과 앤 애닝어Anne Anninger에게 감사드린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원고에 인내심을 갖고 읽어준 라이스 대학 1987년 가을 학기 역사 223강의 수강생 전원과, 특히 필립 샘스Philip Samms 군의 지적에도 감사드리고 싶다. 물론 이 책에 남아있는 모든 오류는 전적으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 관대하게 내 연구를 후원해준 라이스 대학과 일부 연구비를 보조해 준 미국 국립과학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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