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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운 동물 고릴라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영화배우 시고니 위버의 얼굴로 더 잘 알려진 세계적인 고릴라 연구가 다이앤 포시는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과 오랑우탄을 연구한 비루테 갈디카스와 더불어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가 발굴해 낸 영장류 연구의 세 여전사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책은 1985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카리소케 야외연구센터 그의 방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기까지 18년 동안 오로지 고릴라만을 연구하며 그들의 안위를 위해 그야말로 생명을 바친 포시의 자전적 연구보고서다. 비슷한 성격의 책들인 갈디카스의 『에덴의 벌거숭이들』(디자인하우스, 1996)과 구달의 『인간의 그늘에서』(사이언스북스, 2001)에 비해 번역이 많이 늦었지만 이제 우리 독자들도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까운 사촌들인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에 대해 고루 알 수 있게 되었다. 갈디카스와 구달의 연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포시의 연구 역정만큼 파란만장하지는 않았다. 구달이 천수를 누리다 조용히 눈을 감은 침팬지 플로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고문을 <런던타임스>에 실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포시는 밀렵꾼들의 손에 처참하게 도살당한 디지트의 죽음을 처음 만난 아프리카인의 친절한 접근에 열심히 연습했던 스와힐리어가 한마디도 떠오르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텐트 안으로 숨었던 그였지만 인간의 무력 앞에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고릴라들의 연약함에 분연히 그들의 수호천사를 자처한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연구를 위한 조건으로 맹장 제거수술을 주문한 리키 박사의 요청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보이지 않았던 젊은 포시의 모습에서 나는 그의 열정과 사랑을 읽는다. 포시의 외유내강은 고릴라들의 외강내유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언뜻 보기에는 마냥 포악하기만 할 것 같은 대형유인원인 고릴라가 실제로는 상당히 온순하고 가정적인 동물이라는 것은 포시의 장기적인 연구가 아니었더라면 알아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거구에 사뭇 흉측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은색등은 어린 자식들과 잘 놀아 주는 아빠이자 암컷들에게도 다정한 남편이다. 이 같은 고릴라들의 심성과 개성은 물론 영아살해, 동종 식육, 동성애나 자위행위, 그리고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서는 드물게 관찰되는 완경과 눈물을 흘리는 행동 등은 모두 장기간의 면밀한 관찰이 없이는 찾아내기 어려운 발견들이다. 포시가 이 책을 쓴 1983년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후 새로운 정보가 밝혀진 것들도 있다. 포시는 이 책에서 고릴라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행동은 관찰하지 못했으며 그 점이 침팬지와 다른 면이라고 쓰고 있지만 2005년 콩고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생물학자들은 고릴라들이 늪지대를 건너며 긴 막대기로 물의 깊이를 재는 행동과 큰 나무줄기를 일종의 다리로 사용하여 깊은 늪지대를 가로지르는 행동을 처음으로 관찰하여 국제학술지에 보고했다.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가지고 흰개미를 사냥해 먹는 침팬지의 경우처럼 침팬지와 오랑우탄은 주로 먹이를 얻는 데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고릴라의 도구 사용은 성격이 사뭇 다른 것 같다. 구달 박사가 침팬지를 연구하며 그들에게 인간의 이름과 흡사한 이름들을 지어 준 것에 대해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동물학자들이 매우 언짢은 반응을 보인 일은 영장류학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일화다.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교수들은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면 마치 그들에게도 지능과 감정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연구 대상에게 이름까지 지어 주면서 너무 가까워지면 객관적인 관찰과 판단이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결과를 놓고 하는 얘기지만 구달 박사가 그렇게 이름을 지어 주며 감정적으로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침팬지에 대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정도의 지식은 축적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포시 역시 그가 연구한 모든 고릴라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다. 고릴라뿐 아니라 연구센터에서 함께 살게 된 모든 야생동물들과 가축에까지 일일이 이름을 지어 불렀다. 심지어는 무생물에게도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아프리카에 도착하여 처음 구입한 낡은 랜드로버도 ‘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작명에 관한 한 나는 포시가 구달보다 훨씬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가 고릴라들에게 붙여 준 이름들 중 몇몇은 훗날 디즈니 만화가들에 의해 영화 <라이언 킹>에 등장하기도 했다. 심바와 라피키 등이 그들이다. 포시의 감칠맛 나는 문장력과 재치가 번득이는 고릴라 이름들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 준다. 이 책은 콘라트 로렌츠, 칼 폰프리쉬와 함께 행동의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니코 틴버겐이 극찬한 책이다. 연구의 깊이와 휴먼드라마가 한데 녹아들어 멋진 조화를 이룬 책이다. 구달, 포시, 그리고 갈디카스 덕택에 우리는 이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들인 유인원들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유인원이면서도 이들에 비해 너무나 덜 알려진 동물이 있다. 바로 긴팔원숭이다. 동남아시아에만 모두 12종의 긴팔원숭이가 살고 있다. 서식지 파괴로 인해 대부분이 멸종 위기종에 가깝다. 나는 2006년 11월부터 이들 중 한 종인 자바긴팔원숭이(Javan gibbon)에 대한 야외 연구를 시작했다. 미국 뉴욕 대학교 출신의 수잔 래판(Susan Lappan) 박사와 김산하 연구원이 지금 인도네시아 자바의 구눙 할리문 국립공원(Gunung Halimun National Park) 야외 연구소에서 관찰과 연구를 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개미를 비롯한 많은 곤충들과 까치, 조랑말, 농게, 청개구리, 바퀴벌레 등 온갖 동물들을 연구해 왔지만 영장류 연구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그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연구진도 언젠가 긴팔원숭이에 대해 이런 책을 쓸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나와 함께 이 책을 번역한 남현영은 까치의 금속성 날개색이 짝짓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고 있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올해로 꼭 10년이 된 우리 연구실의 까치 연구의 중심 멤버로서 활약하는 탁월한 까치 생물학자이다.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번역에서도 탁월한 능력과 인내심을 발휘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번역에 관한 한 지나칠 정도로 까다로운 나와 일하느라 고생한 승산 식구들도 모두 고맙다. 그리고 고릴라의 삶을 우리 품에 안기고 떠나간 다이앤 포시에게도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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