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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물리학 강의』가 출판된 것이 1960년대 중반이었으니 40년 이상이 지난 오늘에 와서 이 강의록을 번역한다는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이 강의록을 우리말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이 책이 물리학이나 기타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부 신입생들의 필독서로 인식은 되어 있었으나 학부 1, 2학년 시절에 이것을 원서로 완독하는 경우는 소수의 학생들로 한정되어 왔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한글판이 나오면 독자의 저변이 학부생까지 넓어질 수 있을 것이고 영어의 해석보다는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과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똑똑한 어린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이런 좋은 입문서가 번역되면 물리에 관심 있는 중․고등 학생들도 부담 없이 읽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권 나라들은 물론이고 양서의 번역물이 풍성한 일본만 하더라도, 어린 학생들 중에서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일찍부터 이런 좋은 책들을 자국어로 접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우리의 척박한 환경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과학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우리말로 번역된 파인만 강의록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강의록은 지금까지 12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는데, 이들 나라의 학생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강의록이 그네들 말로 번역된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잠시 미국에서 파인만 강의록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기로 하자. 미소 냉전 시절이었던 1957년 10월에 구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이에 충격을 받고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이공계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기초과학 교육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요즘의 시대상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으로서 엄청난 풍요를 구가하고 있던 당시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이공계 공부는 기피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대학들을 중심으로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새로운 과학 교육과정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PSSC 물리’와 다섯 권의 ‘버클리 물리학 강좌’ 그리고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Ⅰ, Ⅱ, Ⅲ’을 꼽을 수 있다. 앞의 두 과정은 다수의 저자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인데 반해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사실상 파인만 혼자 단기필마로 교육과정 개혁에 뛰어들어 이루어 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40여 년간 줄곧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최상의 입문서로서 부동의 위치를 고수해 오고 있다. 이 강의록 속에는 참신하고 기발한 내용 전개뿐만 아니라 여타의 물리학 교과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인만 특유의 물리에 대한 느낌과 철학이 곳곳에 녹아 있어 위대한 물리학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덤으로 들어 있다. 강의록을 읽어 본 이들은 대부분 느끼는 것이겠지만, 파인만은 과학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종합적인 관점을 잃지 않으려 했던 고도의 균형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강의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과학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자연의 신비와 인간 지성의 한계를 독자들과 나누려 하고 있다. 이러한 면이 파인만 강의록의 인기 비결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파인만 스스로는 강의록 1권에 대해서 그런대로 잘 된 강의, 2권에 대해서는 평범한 강의, 그리고 3권에 대해서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강의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파인만의 다소 부정적인 평가와 세간의 평가는 좀 다르다는 점을 밝혀 두고 싶다. 2, 3권의 주 내용이 파인만의 전공 분야라 할 수 있는 ‘양자전기역학(Q.E.D.)’의 토대를 이루는 전자기학과 양자역학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러한 파인만의 자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실제로 2권은 여타의 전자기학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깊이 있는 내용들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전자기학 강의이며, 파인만 스스로도 강의록 곳곳에서 상당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대표적으로 제2권 311쪽 참조). 3권 역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파인만 특유의 독창적인 설명으로 양자역학의 핵심을 잘 보여 주는 보석 같은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2권의 체계상 특징을 잠시 언급하면, 제1장에 완전한 전자기학의 법칙이 제시되어 있어 강의 시작부터 전자기학을 통째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2권의 나머지 여정도 길 잃을 걱정 없이 노련한 길잡이 파인만의 안내를 받으며 즐겁게 마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짜여져 있다. 마지막으로 2권의 번역 과정을 간략히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한다. 필자를 포함한 7명의 번역진들이 각자의 사정에 맞추어 양을 분담하여 몇 장씩 나누어 번역한 다음 필자를 주축으로 이정국, 이창희, 김종옥 님이 1차 교정을 보았으며 원고 전체의 일관성을 갖추기 위해 필자가 2차 교정을 보았다. 그런 다음 1권 역자이신 박병철 박사님께서 전문가적인 솜씨로 1권 한글판의 스타일에 맞게 문장을 다듬고 고쳐 주셨다. 2권의 번역진 중 박병철 박사님을 제외한 7명은 인터넷 상의 물리학 동호회인 프리챌의 ‘물리사랑’ 커뮤니티를 통해 결성되었으며, 당시 커뮤니티의 운영자였던 이동윤 님의 주선으로 이상민 교수님께서 감수를 맡아 주셨다는 것을 밝혀 둔다. 덧붙여서 2권 번역진이 구성될 무렵에 관심을 갖고 도와준 ‘물리사랑’의 박미나, 김태곤, 김형섭, 강지영, 나현정, 사공혜선, 윤윤희 회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지면을 빌어 번역 기간 동안 여러모로 배려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시립대 안도열 교수님, 배재대 김칠민 교수님, 서강대 박영재 교수님 그리고 동료 선후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끝으로,한국의 어려운 출판 환경 속에서도 미래 세대의 과학교육을 위해 양질의 수학, 과학 도서를 꾸준히 발간하시는 도서출판 승산의 황승기 사장님과 필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수용하여 꼼꼼한 편집을 해주신 편집부의 임순지 씨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또한 책을 정성들여 만들어 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번역에 대한 평가는 강호제현들께 맡겨 두기로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만 붓을 내려놓을까 한다. 역자대표 김인보 2006년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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