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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법칙은 신의 의도에 얼마나 부합되는가?”박병철 이것은 우리의 선조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의 진위여부를 검증할 때 흔히 떠올리는 질문이었다. 그들은 신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신의 창조의도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자연’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은 이러이러하다”라는 식의 나열형 설명보다는 “자연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종교적, 또는 신학적 인과율에 의한 필연성을 더욱 중요하게 취급했었다. 현대과학에서는 신의 입지가 과거보다 형편없이 좁아지긴 했지만, 필연성에 연연하는 비과학적 습성(역자가 보기에는)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면면히 전수되어 지금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물론 지금은 이러한 잣대로 과학이론의 진위여부를 판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을 이미 통과한 이론에 최후의 날개를 달아주는 수단으로서 ‘필연성’과 ‘당위성’은 여전히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자전기역학 QED을 완성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파인만 Richard. Feynman은 자연을 설명하는 논리 자체가 일반적으로 인간의 이해력을 벗어나 있음을 지적하면서, 양자역학이 제아무리 기이하다 해도 그것이 실험적 결과를 잘 설명해준다면 우리는 이 우주 자체가 원래부터 터무니없이 황당한 존재라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두말할 것도 없이, 파인만의 주장은 위에서 언급한 ‘창조의 의도’와 정면으로 상충된다. 자연의 질서 속에 숨어있는 창조의 의도를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의 법칙들은 과연 실체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그림자를 발견한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만큼 미개한 존재인가? 자연과학에는 다수결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다. 과학의 첨단은 항상 극소수의 천재들에 의해 이끌어져 왔다. 그러므로 이론 속에 담겨있는 수학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그로부터 창조의 당위성이 제아무리 절실하게 느껴진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학자들의 전유물일 뿐, 우리에게는 가장 최종적인 결과만이 어설프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설픈 결과만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 위에서 언급한 파인만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 우리를 설득할만한 중간과정이 모두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결과라는 것이 우리의 고정관념과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창조의 의도를 짐작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는 피카소의 추상화를 불편한 마음으로 감상하듯이 과학이론을 그렇게 대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물리학 이론에는 미술작품과 같은 주관성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중간에 생략된 과정을 우리에게 논리적으로 이해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는 창조의 의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파인만식의 이해는 도모할 수 있다. 그 생략된 과정을 일상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바로 교양과학서적의 역할일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물리학자들도 결코 다루기 쉽지 않은 최첨단의 이론물리학 — 끈이론/M–이론이다. 여기에는 현대물리학의 기초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기둥, 즉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필두로 하여 초대칭이론, 입자물리학, 양자장이론, 초중력이론, 우주론, 리만 기하학, 위상수학 등 난해하기로 소문난 최첨단의 수학과 물리학이 망라되어 있다. 이렇게 복잡하기 그지없는 물리학 이론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는 것은 낙엽이 흩날리는 스산한 가을풍경을 수학으로 납득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끈이론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지 17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론들처럼 대중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Brian Greene의 섬세한 필체로 완성된 이 한 권의 책에 의해, 이제 끈이론은 상아탑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만인에게 통용되는 우주의 진리로 새로운 자리 매김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1986년, 역자는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끈이론과 첫 대면을 했었다. 당시 이론물리학의 최대 화두는 자연계의 네 가지 힘들을 하나의 체계로 통일시키는 대통일이론 (GUT, Grand Unified Theory)이었는데, 그 동안 학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혀왔던 중력의 양자화문제를 끈이론이 해결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끈이론에 대한 기대가 다소 도를 지나쳤던 것이 사실이었다. 당시의 동료 학생들은 수시로 쏟아져 나오는 첨단의 논문을 소화하는데 급급하여 기초를 쌓을 여유가 거의 없었으며, “왜 하필 끈이론인가?”라는 질문을 심각하게 던져볼 여유도 없었다. 만물의 이론 (T.O.E. Theory of Everything)이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의 증인이 되기 위해, 그저 기계처럼 논문을 읽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초기의 흥분은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끈이론의 2차 혁명기를 거치면서 논리 체계가 더욱 구체화되어, 교과서에 실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매끈하게 정리되었다. 아직은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리량을 계산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론의 진위여부는 미지로 남아있지만,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우리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이론으로서 부동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만일 미래의 어느 날 끈이론이 틀렸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해도, 물리학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 아이디어만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궁극의 이론을 구축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이론의 진위여부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끈이론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을 극대화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물론 이 일은 최첨단에서 이론의 향방을 결정하고 있는 학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시점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관중들의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극소수의 전유물로 머문 과학이론이 성공을 거둔 예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끈이론의 제3차 대중혁명기”를 선도할 선봉장으로서 손색이 없다. 독자들은 이 책을 덮으면서, 일반대중의 상식이 최첨단의 과학이론에 이렇게까지 근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음에 자긍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2002년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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